한 중국인과의 이야기 03|공산당한테 맞고도, 왜 미워하는 건 미국인가
"세금은 중국 정부에 냈다. 병에 걸렸더니, 갑자기 미국 제약회사가 내 목숨 하나를 빚진 셈이냐."
글쓴이 / 질문한 사람: Brennan Ruskell
이야기를 한 사람: 천, 45살
브레넌: 어릴 때도 공산당을 우러렀어요?
천: 우러른 것만은 아니야. 공산당을 비판하는 놈은 바보 아니면 나쁜 놈이라고 생각했지. 자기 나라는 점점 좋아지는데, 네가 불쾌하고 매일 트집을 잡으면, 너한테 문제가 있는 거라고. 학교 다닐 때는 교과서 말을 내 견해로 여겼어. 중국이 뒤처진 건 다 외국 놈이 해쳐서라고. 중국이 강해지면, 우리는 저절로 잘살게 될 거라고. 공산당이 강해진 다음에, 먼저 내가 그 당을 거절하기 더 어려워지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은 전혀 없었어.
브레넌: 일하고 나서, 그 생각은 어떻게 바뀌었어요?
천: 일하고 나니까, 많은 계산을 내가 치르게 되더라고. 사장이 잔업을 시키면, 노동법을 집행하러 누가 오는지 알고 싶어져. 월급으로는 집을 못 사. 땅이랑 집값은 누가 쥐고 있는지 알고 싶어져. 세금이랑 사회보험은 냈으니, 내가 도대체 어떤 보장을 받는지 알고 싶어져. 물어보고 물어봐도, 늘 같은 데 부딪혀. 돈 걷을 때는 네가 맞춰야 해. 책임을 지라고 할 때는 네가 이해해 줘야 한대. 그때 알았어. 어릴 때 배운 건 공산당한테 감사하는 법이었지. 공산당한테 책임을 물으라는 법은, 아무도 안 가르쳤어.
브레넌: 다른 사람들도 천천히 알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천: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어. 나중에 보니, 내 주변에도 똑같이 맞고서 미워하는 건 미국인 놈이 적지 않더라. 일자리를 못 구하는 건 미국이 눌러서고, 회사가 물건을 못 만드는 건 미국이 봉쇄해서고, 병원비가 없어서 치료를 못 받는 건 외국 제약회사가 너무 악랄해서래. 아무튼 공산당은 언제나 그 사람 편에 서서, 외국 놈한테 같이 당한다고 해. 제일 엉터리인 건, 때리는 놈이 눈앞에 있는데 물어보질 못한다는 거야. 대신, 자기한테 세금을 걷어 간 적도 없는 외국 정부를 미워할 용기는 유난히 있어.
브레넌: 약값 다룬 그 영화, 「나는 약신이 아니다」 논란이 이 문제를 제일 잘 보여 준다고 했어요?
천: 그래. 보고 나서, 외국 제약회사는 환자 목숨으로 돈을 번다고 못 박는 놈이 있어. 나는 물어. 연구는 공짜냐. 임상시험은 공짜냐. 돈 집어넣고 결국 실패한 과제의 비용은 누가 떠안냐. 약값을 협상하고, 의료보험을 고치고, 환자를 도우라고 요구할 수는 있어. 그 인간은 그쪽으로 생각을 안 해. 외국 놈은 약을 싸게 줘야 하고, 가능하면 기술도 내놔야 하고, 안 주면 자본주의가 악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묻고 싶어. 네가 세금으로 먹여 살리는 건 중국 정부잖아. 목숨을 구해야 할 때가 되면, 갑자기 외국 회사가 너한테 공짜로 바쳐야 하는 일이 되냐.
브레넌: 기술에 대해서도 태도가 같아요?
천: 똑같아. 평소에는 미국이 쇠퇴한다고 비웃어. 기술을 못 얻을 차례가 되면, 미국이 중국을 발전 못 하게 한다고 욕해. 남이 돈 들여 연구한 게, 태어날 때부터 너한테 넘겨 줄 의무가 있는 것처럼. 나는 말해. 너희 위의 사람들은 연구개발에 돈을 얼마나 넣을지 어떻게 정했냐. 돈은 어떻게 썼냐. 못 만들면 누가 책임지냐. 대답은 안 하고, 되레 내가 미국 편을 든다고 욕해. 외국 놈한테 요구하는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봐. 그다음에 공산당한테 요구하는 수준이 얼마나 낮은지 봐. 추궁할 줄 몰라서가 아니야. 자기 주인 머리 위로는 추궁을 안 하는 거야.
브레넌: 예전에 듣던 그 인터넷 구호는, 지금은 어떻게 봐요?
천: 예전에는 "조국이 이렇게 양아치면, 난 안심이다"를 듣고, 통쾌하기까지 했어. 나중에 생각했지. 양아치가 왜 외국 놈만 괴롭히냐. 내가 할 말이 있는 차례가 되면, 내가 중국 사람이라고 나한테 도리를 따져 주겠냐. "나쁜 짓 안 하면 감시를 뭐가 두려워"도 같아. 뭐가 나쁜 짓인지 정하는 게 누구야. 월급을 달라고 하면 분란이냐. 위를 비판하면 유언비어냐. "공즈가 제일 나쁘다"는, 나도 따라서 욕했어. 공즈는 그때 다들 욕하던 논객이야. 나중에 보니, 욕먹던 사람들 가운데 몇몇이 말하던 게, 바로 내가 일하고 나서야 나한테 필요한 줄 안 것들이더라. 그때의 나는 끝까지 들을 인내조차 없었어.
브레넌: 지금 돌아보면, 어떤 말이 특히 비꼬는 것 같아요?
천: 몇 년 전 인터넷에서 일본이랑 한국 애들을 비웃는 놈이 있었어. 꿈이 가수래, 아이돌이래, 그런 나라에 무슨 장래가 있냐고. 지금 생각하면, 남의 집 애들은 커서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할 수 있어. 그게 왜 웃음거리가 됐냐. 반대로 우리를 봐. 부모는 빚을 지고 있어. 젊은이는 아직 돈도 못 벌었는데 집 대출이랑 노후를 생각해야 해. 자기가 아이를 낳을 용기가 있는지도 몰라. 그러면서 공산당 대신, 남의 집 애한테 이상이 있는지 걱정해. 공산당은 남이 아이돌이 되고 싶어 하는 걸 비웃으라고 유도해. 추궁은 못 하게 해. 우리는 왜 자손이 앞으로 벌 돈을 미리 써 버리고, 끝에는 아이도 못 낳을 지경이 됐냐. 남의 집 애 꿈이 이뤄질지는 아직 몰라. 우리는 좋네, 다음 세대 청구서는 이미 준비돼 있는데, 다음 세대는 태어나지 않을지도 몰라. 그 판에 남한테는 미래가 없다고 웃어. 씨발, 웃기지 않냐.
브레넌: 그럼 자기 살림이 나빠지고 나서, 다시 생각해 봐요?
천: 어떤 놈은 안 해. 「사이버펑크 2077」을 꺼내서, 자본주의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려 줘. 나는 말해. 진짜 제대로 깨쳤냐. 이 게임 속 사람들은 아직 거리에 나가 행진할 수 있어. 시청 앞에 모여 시위도 할 수 있어. 정부에 대한 불만을 사람들 앞에서 말할 수 있어. 게임 속 회사들도 서로 경쟁해. 권력이 전부 같은 주인한테 가는 게 아니야. 너는 게임 속 사회가 생지옥이래. 나는 거기까지 해보고, 비꼬는 거라고 느꼈어. 만든 놈들은 미래를 그렇게 나쁘게 상상해 놓고도, 게임 속 보통 사람한테 모여서 항의할 자리를 남겨 뒀어. 심지어 이런 생각이 들어. 이 인간들은 자본주의 세상에서 너무 잘 살아서, 잔혹함을 상상해도 바닥까지 못 가. 정말, 공산주의 나라가 사람을 어떻게 묶는지 봐야 해. 소련의 기근, 중국의 대약진(당의 호령으로 사람들이 굶어 죽은 그 일), 캄보디아 공산당의 학살. 반대하는 목소리까지 없애야 하는 사회가 어디까지 나빠질 수 있는지 생각해 봐. 그런데 샤오펀홍, 당을 바로 감싸는 애들 가운데는, 게임 속 사람이 정부 문 앞에서 항의하는 걸 보면서, 자기는 같은 일도 못 해. 마지막에 나오는 결론이, 우리한테 공산당이 있어서 다행이래. 뭘 다행이라고 하는 거냐.
브레넌: 그래서, 고통을 받는다고 사람이 저절로 깨어나는 건 아니라고 봐요?
천: 당연히 안 깨어나. 선전이 네가 누구를 미워해야 하는지, 진작 정해 놨어. 겪는 고통이 많을수록, 그게 지정한 적을 오히려 더 미워할 수도 있어. 나랑 이 인간들의 제일 큰 갈림은 여기야. 나는 내 살림을 쥐고 있는 게 누구냐고 묻기 시작했어. 저 인간들은 아직, 자기를 쥐고 있는 놈이 대신 복수해 주길 기다려. 공산당은 그들의 문제를 풀어 주지 않았어. 미워해도 되는 사람들을 한 무리 줬을 뿐이야. 그러니 공산당은 여전히 자기 편이라고 느껴. 지금 "다 미국이 해친 거야"를 들으면, 한 마디 묻고 싶어져. 네 세금을 걷고, 네 입을 막고, 네가 도리를 따질 수 있는지 정하는 게, 도대체 누구야.